그리스펀의 수수께끼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장금리가 따라서 오르지 않는 현상을 말해요.
2005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그리스펀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채권
시장에서 지금 예기치 못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은 수수께끼
(conundrum)와 같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되었어요.
그런 움직임이 최근 일본에서 일어났어요.
7월말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0.25%로 인상했어요. 금리 동결을 예상했던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와 달리 일본은행은 과감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우에다 총재는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라며 “금리를 0.50%(같은 특정 값)로 상한을 두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 때 1.1%를 웃돌기도 했으나, 현재는 0.8%대로 낮아졌어요.
이번 인상은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압력을 불렀고, 그 과정에서 급속히 엔화 강세를 이끌었어요. 엔화의 강세 전환은 주식에도, 그리고 채권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수출과 실적을 다져온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고, 그 결과 위험 기피, 안전 선호가 부각됨에 따라 국채 금리가 하락했어요. 우에다의 강력했던 발언과 달리 다음 인상은 상당 기간 쉽지 않을 전망이에요.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해 이자 차이만큼 수익을 얻는 전략이에요.
기준금리가 0%대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의 달러 자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해요. 예시로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의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면, 금리 차이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어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익이 커지고,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손해를 보게 돼요.
최근까지 일본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5.4%p에 달해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었어요. 그런데 일본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려고 하는 상황이 펼쳐졌어요. 이에 따라 엔화의 가치가 올랐고,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막심한 청산을 당하며 손해를 보게 되었어요.
일본은행 금리 인상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이탈 우려가 나오고, 미국의 고용 쇼크로 인한 경기 침체 공포가 겹치며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가 폭락했어요. 우리나라도 8월 5일에 코스피가 140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역대 하락 순위 1위에요.
9월 미국의 금리인하가 본격화되면 엔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은 더 빨라지고, 관련된 자산가격 변동성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요.